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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시
김영덕 원로목사
허수아비의 생 - 김영덕 목사
삼위교회 댓글 0건 조회 2,579회 작성일 2019-10-1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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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의 생
 

 

                 김영덕 목사
 

기운찬 햇살
기온 뚝 떨어져 힘을 잃고
짧아지는 하루 낮에
그림자 길게 늘어뜨리니
꽉 찼던 들녘
어느새 듬성듬성 잇빨이 빠진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
타오르는 불길이
단풍으로 번지어 곱게 물들여
어두워지는 세상을 밝힘이여
가고 오는 세월이 아름다워라
 

황금물결 일렁이던 자리
공허하여 가고
농부들의 희망소리
들에서 곡간으로 채워질 때
짙게 물드는 단풍을 바라보는
허수아비는 홀로 행복하다
 

찬바람 불어도
웃고 있는 얼굴에 따스한 마음
외로워도 찾아오는 참새
목마를 태워주어 춤추게 하며
함께하는 세상을 만든다
 

헐벗어도
춥다는 불평없고
어두운 세상이 되어도
두려운 세상이라 겁내지 않고
제자리 꿋꿋이 지키며
사명을 다하고 있다
 

허수아비가
마지막에 보여주는 것은 하나
앙상한 십자가 뿐이다
 

그것마져도 마침내는 불쏘시게 되어
생명을 불사르거나
썩어 없어져 희생으로 끝내는
십자가의 허수아비
 

허수아비는 그저 농부에게
한 알의 행복이라도 더 가지게 하였으니
사명을 다 한 것으로
하늘 우러러 행복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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